[기타][그레이스 칼럼 06] 추억의 봉인해제

2022-06-08

추억의 봉인해제


싸이월드가 복원되었다. 영원히 묻힐뻔하던 추억이 봉인해제 되면서 사람들은 sns로, 블로그로, 톡방으로 추억들을 퍼나른다. 잊고 지내던 옛 친구들과 그 시절에 유행하던 핫플이며 패션, 사뭇 상큼 발랄하던 젊은 날의 초상을 보며 어찌 추억에 젖지 않을 수 있을까.

싸이월드가 돌연 문을 닫던 날, 여기저기서 들리던 탄식이 생생하다. 동시대를 살며 미니홈피를 가져 봤던 세대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다. 오늘 누가 1촌 신청을 했네, 파도를 탔네 하는 얘깃거리가 화제가 되었고, 그 시절 가장 잘 나가던 BGM으로 내 기분을 어필했으며, 내심 방문객을 의식하며 미니미와 미니룸을 꾸미고, 애정하는 이들에게 도토리 선심 좀 써봤던 사람들이라면 ‘사이좋은 사람들의 싸이월드’를 표방하던 미니홈피를 애틋하게 그리워했을 것이다. 그 당시 싸이월드에서 몇백명대의 일촌 보유자는 지금의 핵인싸나 다름없었다. 대개의 사람은 대면으로 알고 있고 신원이 확실한 몇십명 정도를 일촌으로 보유하며 자기만의 공간과 관계를 소중히 가꿨다.

우리들의 추억이 대체 얼마나 오래 잠들어 있던 걸까 문득 드는 궁금증에 찾아봤다. 싸이월드가 서비스를 종료한 날은 2019년 10월, 고작 2년 6개월만의 재개였다. 생각했던 것만큼 긴 시간이 아니었다. 아마도 심리적 시간이 몇곱절 더 길었던 게 아닐까. 갈 수 없고,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목마름 같은 것. 그러나 묻혀있던 시간보다 닿을 수 있음에도 사랑이 식어 찾지 않았던 시간이 더 길었던 것이 팩트다. 기억을 돌이켜 보니 꽤 오랜 시간 수차례 서비스 종료 안내를 받았고 문 닫기 전에 개인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을 것을 권고 받았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꽤 많은 다수의 이용자들은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추억이 그대로 묻히도록 놔두었다. 사람들이 없는 플랫폼에 더이상 들어갈 동기가 없었고, 다운로드한다 한들 소통되지 않는 데이터는 더이상 의미가 없으니까. 아니 사실은 귀찮고 게을러서가 더 솔직한 이유겠다.

 

폐쇄적 소셜네트워킹이 강력한 매력이던 싸이월드의 시대가 저물고 2010년 전후로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외산 소셜미디어가 등장하였고 팔로윙, 팔로워라는 신개념이 장착되면서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킹의 세계가 급격히 확장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동네 개울가에서 물장구만 치던 시절을 지나 광활한 바다에서 차원이 다른 파도타기를 하는 기분이랄까. 사람들은 순식간에 싸이에 시들해졌다. 하나둘씩 외산 sns로 갈아타면서 싸이월드 이용자는 급감하였고 싸이는 꽤 오랜시간 고요한 바다를 홀로 지켰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미니홈피와 함께 침몰하는 싸이를 목격하고도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 시대는 바뀌었고 신상 sns가 훨신 더 다이나믹하고 재미있었으니까 말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흥분과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역시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며 젊은 시절의 사진을 공유하기 바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 공개되어선 안 되는 몹쓸 정보와 흑역사 때문에 일촌 차단법이나 비공개하는 법을 알려주는 포스팅이 등장하는가 하면, 엑스보이프랜드 사진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남편이 보면 이혼각이라며 댓글로 웃고 떠드는 맘카페 유부들의 까르르 소리가 마치 음성이 지원되는 것만 같이 핫한 수다거리로 떠돈다. 싸이월드의 다이어리와 동영상 복구는 아직이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그 시절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그게 더 궁금하여 다이어리가 복원되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사진출처 : 싸이월드 홈페이지 캡처



‘모두의 공간, 추억이 쌓이는 세상’

싸이월드의 새로운 슬로건이다. 곧 한컴과 협력한 메타버스 싸이타운도 출시된다고 한다. 싸이월드에서 곧바로 싸이타운으로 넘어갈 수 있고 고도화된 그래픽으로 미니미와 홈피를 구축해 NFT 콘텐츠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도토리는 암호화폐로 거래되며 P2E 게임도 할 수 있다. 1세대 토종 메타버스나 다름없는 싸이월드가 재탄생하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고객 경험의 확장을 선물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모두의 공간으로, 모두의 추억이 쌓이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건데, 기존의 sns와는 다른, 로블록스나 제페토와는 또 다른 메타 싸이월드에서 우리는 어떤 추억을 어떻게 쌓을 수 있을까.

 

무한 확장성에 지친 우리는 다시 고요하고 안전한, 그리고 제한된 사람들만 드나들 수 있는 나만의 방이 필요한 건 아닐까. 활짝 열린 세상에서 쌓는 추억은 도무지 상상이 잘 되질 않는다. 전 세계를 단숨에 강타한 음성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클럽하우스의 열기가 단번에 식어버린 이유, 열린 공간이 주는 무한 확장성만큼 무한대로 밀려오는 피로감에 대해 이제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모두의 공간’보다 ‘사이좋은 사람들만의 공간’이었던 싸이월드가 애틋하게 그리웠던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한껏 뜨거울 수 있었던 시절 온전히 나를 위해 존재했던 나만의 아지트로서, 시대는 달라졌지만 그 감성 그대로를 다시 호출할 순 없는 걸까. 싸이월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일시적인 추억버프일거란 관측도 있고, 게다가 이제 온라인은 메타버스를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니 기대를 버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나만의 진짜 사진첩은 인생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는 죽음을 맞이하는 그 찰나, 그때가 추억의 찐 사진첩이 봉인해제되는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답도 없는 이 부질없는 상념들이 뒤엉키는 것은 아무래도 나이 탓이리라.

 

개인마다, 세대마다 추억은 제각기 다르게 쌓일 거다. 다른 시대에 다른 모습으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계기로 말이다. 지금 세대에게는 포켓몬빵 띠브띠브씰 수집에 얽힌 사연들이 훗날 추억의 한 자락이 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어떤 추억이 되었든 그 속에 가까이에 있는 좋은 사람들이 꼭 함께 하길 바랄 뿐이다.

 

내일이면 오늘도 추억이 된다. 오늘을 잘 사는 것이 내 머릿속 사진첩에 좋은 추억을 쌓는 일일 거다. 오늘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미니홈피 쥬크박스의 최애곡 프리스타일의 Y를 플레이하자. 사이좋은 사람들의 싸이월드를 추억하면서 말이다.


#그레이스칼럼 #추억의봉인해제 #영청문 #영등포청소년문화의집 #싸이월드 #미니홈피 #싸이타운 #cyworld #프리스타일

4 0